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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국] 영물; 백호 01

죽은 첫사랑 김태형x신내림 받은 박지민x?

영물; 백호 01

  내가 태어나던 날, 무녀인 할매는 나를 보고 경기를 일으켰다.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던 밤이었다. 할매는 울지 않는 아이를 안고 급하게 신당으로 달렸다.
  백호가 그려진 벽보 앞에 나를 내려놓고 울부짖으며 절을 했다고 한다. 할매 말로는 그때 백호가 벽보 밖으로 나와 나를 등에 태웠고 나는 그제서야 숨을 쉬기 시작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쨌거나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 때문에 나는 할매의 후속 무당으로 정해졌다. 할매는 그 벽화의 봉인을 나만이 풀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할매는 그 벽화에서 나온 영물이 나를 죽일 거라고 했다. 씨발, 내 손으로 봉인을 풀어줄 영물한테 내가 죽는다니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무당이 되기 싫다고 했더니 할매는 내가 봉인을 풀지 않으면 나라가 큰 재를 입게 될 거라고 했다. 내가 죽는 것보단 그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나는 매일 벽화 앞에 절을 해야 했다. 저를 부디 재물로 받아주세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이렇게 말했다. 청색 산봉우리 위에 그려진 백호는 십팔 년째 대답이 없다. 아무래도 내 거창한 탄생 설화는 할매의 개뻥임이 틀림없고, 할매는 돌팔이 무녀일 게 분명하다.

  “짐나. 오늘 집에 할머니 안 계셔?”
  “응. 오늘은 집에서 하자.”

  김태형이 날 보고 샐쭉 웃었다. 집에서 하자는 내 말에 얼굴이 잔뜩 빨개졌다. 변태새끼. 할매는 내가 원래 여자로 태어났어야 할 사주라고 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는 남자인데도 같은 거 달린 남자인 김태형이랑 사귀거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허리를 지분대는 김태형의 손등을 때렸다. 이 변태 새끼, 한시도 가만히 못 있냐! 딱히 싫은 것도 아닌데 괜히 소리를 빽 질렀다. 순순히 다 주면 금방 질리게 된다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다. 꿈에서 들었나. 아무튼 나는 김태형의 손을 뿌리치고 어두운 숲속을 내리달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김태형에게 붙잡혔다. 태형이 내 얼굴을 잡고 끌어당겼다. 계속 달리다 와서 그런지 금방 숨이 찼다. 3초마다 입술을 떼고 헐떡이다가 문득 기발한 생각이 났다.

  “태형아, 우리 맨날 같은 곳에서 하니까 지겹지 않아?”
  “... 백년 해도 안 질릴 거 같아.”
  “미쳤어. 해골끼리 할 일 있어?”

  태형의 손을 잡고 어느곳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십 분 정도 걸었을까, 신당이 보였다. 그러자 태형이 기겁을 하며 손을 놨다.

  “너 무슨 생각이야?”
  “뭐 어때,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영물인가 뭐시긴가 있다며.”
  “지랄, 있긴 뭐가 있어. 다 개 구라야, 구라.”

  신당이 유독 어두웠다. 문 옆과 가장자리마다 각각 하나씩 촛불을 켰고, 중앙에도 하나 켰다. 그러자 신당 안에 노르스름한 불이 가득 찼다. 우린 바닥에 깔만한 것들을 찾아 나름 푹신하게 만들었다. 그 위에 앉아 상의 단추를 조심히 풀었다. 누구것인지 모를,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니니까 김태형이겠지. 그도 그럴것이 김태형은 여느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벽화가 신경 쓰였다.

  태형이 허릿짓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나가자고 난리를 치며 빼다가 쳐맞더니, 종내에는 저도 흥분이 됐는지 내 골반을 잡고 격하게 쳐올렸다. 태형이의 목에 팔을 감고 신음을 냈다. 그때 신당 문이 발칵 열렸다. 할매가 온 줄 알고 우리 둘다 발작을 하며 몸을 가렸다. 그런데 열린 문 뒤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 그냥 나가자.”
  “후회 안 해? 나 이제 한 달 동안 너랑 안 할 거야. 허리 아파서”
  “아씨...”

  불경스러운 짓을 하는 동안 열린 문에서 들어온 바람에 촛불들이 거칠게 흔들리다가 하나씩 꺼졌다. 사정을 할 때쯤에는 마지막 촛불도 꺼져서 우린 어둠 속에 남았다. 옷을 챙겨입을 힘도 없었다. 그대로 태형이를 안고 쓰러지듯 누웠다.

 



*

일어났을 때는 놀랍게도 내 방이었다. 김태형이 데려다놓은 걸까. 꿈이라기에는 허리가 존나 아팠다. 정말 끊어질 것 같아서 허리를 부여잡고 있는데 할매가 들어왔다.

  “아, 할매. 내가 문 좀 두드리고 들어오라고 했잖아!”
  “당장 내일이다.”
  “뭐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드니 할매의 창백한 안색이 보였다. 할매는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내일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하는 날이란 말이다.”
  “... 뭐?”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냥 내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아무래도 영물께서 화가 나신 듯 싶어.”

  벽화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박았다. 몸이 벌벌 떨렸다. 죄송해요, 제발 살려주세요. 망할 백호는 내 울부짖음에도 요동도 없었다. 그렇게 조용할 거였으면 내가 태어났을 때도 모른척하지 그랬어. 이 개새끼야.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건, 영물께서 조금이라도 늦게 너를 죽이도록 비는 것 뿐이다.”

  할매는 처연한 얼굴로 잔인한 소리를 잘도 해댔다. 나는 그 길로 김태형의 집으로 달렸다. 가는 도중에 비까지 왔다. 흠뻑 젖어서는 정수리부터 빗물이 흘러서 눈앞을 가렸다.

  “김태형, 김태형 나와봐!”

  한참 뒤에 나온 태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나 무당 되기 싫어, 죽기 싫어. 태형아..”

  나도 울고 김태형도 울었다. 우린 비를 피하러 돼지 우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푸라기 위에 누워서 섹스를 했다. 비가 눈물인지, 눈물이 빗물인지도 모르겠다.

  뭐에 홀린 듯 터덜터덜 길을 걸었다. 저멀리 저수지가 보였다. 발이 제멋대로 저수지로 향했다. 발밑에 검은 물이 출렁였다. 오른발을 저수지 위에 뻗었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때 나 말고도 첨벙-하며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김태형이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김태형은 나를 보고도 지나쳐서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지민아, 지민아! 박지민!”
  “태, 태형아 나 여기에 있어!”

  어째서인지 발이 일정범위 내로 나아가질 않았다. 마치 결계에 막힌 듯 말이다. 그새 태형이는 까마득하게 멀어져있었다. 태형의 어깨까지 물이 찼다.

  “가지마! 멈춰!”

  김태형은 계속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실신을 했고, 마지막까지 메아리 같은 김태형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게 내가 들은 김태형의 마지막 목소리였고, 모습이었다. 다음날 나는 마을사람들에 의해 발견 돼서 집으로 옮겨졌고 김태형은 실종 됐다. 마을이 침잠해졌다. 내 신내림은 뒤로 연기가 됐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김태형을 찾았다. 정확하게는 김태형의 시신을 찾았지만 뼛조각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김태형은 마지막까지 내 이름을 부르다 죽었겠지. 그게 김태형이 죽은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방증 같아서 괴롭고 원통했다. 나도 죽고 싶어서 계속 저수지에 뛰어들었지만 그날 밤처럼 결계가 쳐져 깊숙이 들어갈 수 없었다. 괴이한 일이었다.

  일주일만에 얼굴이 반쪽이 됐다. 젖살이 빠지고 얼굴 골격이 그대로 들어났다. 할머니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벽화 앞에서 신내림을 받았다. 영물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나를 죽이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다.



ㅡㅡㅡ


지루한 게 싫어서 첫화만에 급전개시켜버렸어요... 감정선도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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